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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가치를 이루는 것은 바로 두려움이다. 어느 한 순간, 우리 나라나 우리 나라 말과 그토록 거리가 먼 곳에서(프랑스어로 된 신문 한 장도 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낯선 카페에서 어깨를 맞대고 앉을 사람이 그리운 이런 저녁들도 그렇다) 어떤 막연한 두려움이 문득 우리를 사로잡고 옛 습관들의 보금자리로 되돌아 가고 싶은 본능적 욕망이 밀려드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여행이 가져다 주는 가장 확실한 선물이다. 그 순간 우리는 열에 들뜨는 동시에 구멍투성이가 된다. 아주 조그만 충격도 우리의 존재를 밑바닥부터 뒤흔들어놓는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빛만 모아도 영원이 바로 거기에 있는듯 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즐거움을 맛보기 위하여 여행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그것이 어떤 고행이라고 본다. 교양이란 것이 사람의 가장 내밀한 감각, 즉 영원에 대한 감각의 훈련이라고 정의한다면 사람은 자신의 교양을 위하여 여행하는 것이다. 쾌락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파스칼이 말하는 위락divertissement이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듯이. 가장 위대하고 가장 심각학 지혜인 여행은 우리를 그것으로 되돌아가게 한다.